지금 생각해 보면,방수 복장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4월 초의 일본 규슈의 협곡을 혼자 달리는 바보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. 나는 작년-2024년 봄-정년퇴직을 한 뒤 오매불망 고대하던 해외 원정 라이딩을 감행했다.
■ 2024년 큐슈의 봄
처음엔 10여 명의 낯선 동반자들과 함께 전문 여행사의 안전한 가이드 아래 일주일 정도 좋은 호텔에서 규슈지역의 산해진미를 음미하며 다닐 예정이었다. 그런데 준비과정에서 참가자들의 개인정보가 아무렇지 않게 단톡방을 돌아다니는 걸 보고 실망스러웠다. 프로의식이 아쉬웠다. 정중하게 시정을 요구했는데도 무시하는 것 같아서 미련 없이 바로 취소하고 그곳을 나와 버렸다. 얼추 계산해 봐도 과하게 요구하는 비용들도 이해할 수 없었다. 내가 직접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루트를 개발하면 더 저렴하게, 더 오랫동안, 더 많은 곳을 다닐 수 있겠다 싶었다. 신출내기 은퇴자의 겁 없는 만용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출발 준비를 하였다 그 과정이 정말 재미있기도 했다. 출발일이 되어 부산항 터미널에 가보니 그 여행사 사장과 마주치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잘했던 것 같다. 어찌 됐든 그때 나는 장대 같은 폭우를 뚫고 시모시마 섬의 첩첩산중 빗길을 혼자 달렸다. 얼굴에 쏟아져 내리는 빗물을 한 손으로 닦아내면서 말이다. 솔직히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. 14박 15일 규슈여행 기간 중 대부분이 이런 폭우와 싸우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. 2014년식 할리데이비슨 팻보이를 타고 방수 처리가 전혀 되지 않은 천으로 만든 라이딩 기어를 착용한 채 나는 진흙투성이 도로를, 산길을 질주하고 있었다.
■ 우중 라이딩 기어
모터사이클 시동을 거는 시점의 날씨를 보고 그날의 기상 조건에 따라 라이딩 기어를 착용하면 나중에 비참하게 변한 날씨 탓에 완전히 젖은 채로 몇 시간을 달려야 하는 일도 흔하다. 투어를 갈 때는 목적지 날씨에 대비해야 한다. 그리고 비가 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날이라면, 방수 기능이 있는 라이딩 기어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.
질척거리는 옷을 입고 모터사이클을 타는 그것은 비참한 기분을 느끼는 것 이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. 왜냐하면 젖은 상태로 모터사이클을 타면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. 섭씨 4도 내지 10도 정도의 날씨에 비가 내리는 산비탈 도로를 내려갈 때는 코웃음을 치겠지만, 속도를 높이면 젖은 라이딩기어의 증발냉각 작용으로 몇 킬로미터도 가지 못해 오한이 들 정도로 체온이 내려간다. 만약 저체온증에 걸린다면,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몸을 움직일 때 반응 시간이 평소보다 느려진다. 이렇게 반응 시간이 2~3초 더 걸리면, 응급실에 실려 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.
-To Be Continued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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